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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쿠라의 각 - 벚꽃의 시간은 시가 된다.

    사쿠라의 각 -벚나무 숲 아래를 거닐다- (サクラノ刻 -櫻の森の下を歩む-) 5.6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를 뜻한다. 7.0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저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였다. 시나리오 라이터 스카지(SCA-自)의 처녀작 . 그리고 그것의 셀프 리메이크에 가까운 과 주제 의식을 계승한 . 그리고 그 작품에 일종의 마침표를 찍은 본 작품 까지. 하나의 주제 의식에서 출발한 이 작품들은 작품을 거듭하며 사유를 확장하고 그 끝의 작품인 에서는 지난 작품들의 주제를 아울러 그 주제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내놓았다. 이라는 작품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는 명제를 통해 지난 글#1#2에서 사용했던 표현을 ..

    사쿠라의 시 - 인과 교류의 예술

    사쿠라의 시 -벚나무 숲 위를 흩날리다- (サクラノ詩 -櫻の森の上を舞う-) 그것이 허무하다면 허무 자체가 그러하니 어느 정도는 모두에게 공통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내 안의 모두이듯이, 모두가 각자 속의 전부니까요.) 작품은 미야자와 겐지의 의 3연 마지막 문단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작품의 첫머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작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작품은 왜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시작한 것일까? 이 작품은 전작 의 테마였던 '멋진 나날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난 글에서 표현을 빌려 오자면, 멋진 나날들이란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삶의 주인이 자신임을 천명하는 삶이다. 전작품은 그곳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내는 작품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멋진 나날들 안에서 '말할 수 ..

    사쿠라의 시 수록 작품 설명집

    사쿠라의 시 수록 작품 설명집 1장 (Frühlingsbeginn, 봄의 시작 아돌프 뵈트거의 시) 봄과 아수라 (서) [春と修羅-序] / 미야자와 겐지 '나'라고 하는 현상은 가정(假定)된 유기(有機) 교류 전등의 하나의 파란 조명입니다. (모든 투명한 유령의 복합체) 풍경 속 모든 것과 함께 끊임없이 깜박거리며 아주 또렷이 켜져 있을 인과(因果) 교류 전등의 하나의 파란 조명입니다. (빛은 영원하며 그 전등은 사라지고) 이 시들은 22개월의 과거라고 감지된 방향으로부터 종이와 광물질 잉크를 이어서 (전부 나와 함께 명멸하고 모두가 동시에 느낀 것들) 지금까지 계속 보존되어 오던 그늘과 빛의 한 구절마다 말 그대로의 심상스케치입니다. 이 시들에 관해서 사람들과 은하와 수라와 성게는 우주먼지를 먹거나 공..

    화이트 앨범 2 - 다시 그 계절이 온다

    화이트 앨범 2(WHITE ALBUM2) 다시 그 계절이 온다. 화이트 앨범의 계절이 온다. 에로게 역사에 기록된 공전절후의 명작, 화이트 앨범 2를 다시 플레이했다. 아마 이걸로 5회 정도 플레이 했는데, 이미 내 안에서는 겨울의 대명사와 같은 것이라 12월 말쯤부터는 이 작품이 공연히 떠오르곤 한다. 그 정도로 겨울을 테마로 잘 살린 작품이다. 게다가 유명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 라이터 중 하나인 마루토 후미아키의 마지막 게임 시나리오였다. 스스로도 라이터 인생의 20%를 담은 작품이라고 말한 만큼, 여전히 마루토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시나리오를 자랑하고 있다. 전작인 화이트 앨범도 에로게 역사에 남은 작품인 만큼 후속작은 시나리오 라이터의 네임벨류와 함께 발매되기도 전부터 이리저리 기대..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이젠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아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 그야말로 전설의 귀환. 원래 명작으로 명성이 높은 슬램덩크의 최신 애니화에 더불어 작중 최고의 에피소드로 불리는 산왕전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내보낸다? 이건 처음부터 안 볼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만큼 기대가 높은 작품이면 아무래도 보고 나서 김이 조금 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모든 전개를 다 알고, 주요 명장면들을 모두 아는데도 불구하고 시선과 집중력을 모조리 다 빼앗아가는 그런 마력의 작품이었다. 연초부터 2023 베스트 아니메를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좋다. 작품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내레이션을 내게 맡긴 농구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만화 슬램덩크'보다 '북산고교 vs 산왕고교의..

    봇치 더 락! -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봇치 더 락(ぼっち・ざ・ろっく!) 분기 패권작으로 워낙 명망이 높아서 호기심이 가던 차에 연말에 시간이 꽤 많이 나게 되어서 정주행한 작품. 끝까지 본 결과, 분기 패권작은 괜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달았고 나아가 2022년이 채 가기 전에 다 본 것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4컷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은 만들기가 꽤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이 충분히 원작을 초월한 작품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쉽게 짐작이 갈 정도로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었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캐릭터, 고토 히토리─이하 봇치─의 압도적인 매력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원작 만화에서 부터 이 작품만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 어드밴티지가 압도적이었을..

    젤다의 전설 The Hyrule Fantasy - 전설의 시작

    젤다의 전설 The Hyrule Fantasy (ゼルダの伝説 The Hyrule Fantasy, 1986) 그야말로 전설의 시작. 사실 2022년에 와서 플레이하기에는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많다. 안내가 전혀 없이 덩그러니 놓여지는 캐릭터와 4방향 직선공격 밖에 안되는 한계로 인해 다른 기종의 젤다에 비해 월등히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는 부분이라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는 작품이었다. 재미라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의 증명. 현대에 와서는 게임 산업도 굉장히 복잡해져서 진입 장벽도 진입 장벽이지만 '재미'라는 것도 조금은 세분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 취향이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대인데, 이 작품이 등장했던 시대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

    그노시아 - AI, 메타픽션, 그리고 마피아 게임

    그노시아(GNOSIA, 2019) 싱글 마피아 게임이라는 신기한 장르였는데 생각보다 마피아 게임으로써도 꽤 즐길만 했다. AI가 엉터리라면 굉장히 어려운 컨셉의 작품인데, 그 AI가 생각 이상으로 잘 만들어져서 사람과 하는 것과 유사한 체험을 주는 것이 신기했던 작품. 마피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혼자 즐길 수 있는 마피아 게임이라는 컨셉도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역시 이야기다.마피아 게임에 뭔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이 작품은 마피아 게임이라는 것을 잘 살려서 루프물 구조로 되어있다.즉 수십, 수백판의 마피아 게임을 진행하면서 단서를 조금씩 찾아내고 세계와 루프의 진상을 찾는 이야기이다. 캐릭터 조형도 꽤 신선하게 잘 만들어..

    사이버 펑크: 엣지 러너 - 지상에 속박된, 벗어나고 싶은

    사이버 펑크: 엣지 러너(Cyberpunk: Edgerunners, 2022) 이 세계에서는 어떻게 사느냐로 이름을 떨치는게 아냐... 어떻게 죽느냐로 기억되지. 최근에는 시간도 별로 없고,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플레이하느라 바빠서 오타쿠 짓을 얼마 못했는데 그런 내 삶에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작품. 시라가 추천해 준 작품인데, 취향에 맞을 것이라는 추천사와 함께 보라고 강권하길래 어차피 SF는 좋아하니까하고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트리거의, 이마이시 히로유키의 커리어 하이를 장식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그런 작품이었다. 아니, 어쩌면 유명세만 탄다면 애니메이션 사에 당당히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역대급 작품이었다. 원작인 사이버펑크 2077은 발매 초기의 악평으로 플레이 해보지 않았는데 한 번..

    날씨의 아이 -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을까

    날씨의 아이 (天気の子, 2019) 이것은, 나와 그녀만이 알고 있는, 세계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 이후 3년, 신카이 마코토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신카이 감독 특유의 감정선과 플롯으로 인해 호불호가 매우 강한 작품을 많이 제작하다가 대중성을 가진 작품을 만들게 되었고, 그것이 공전절후의 히트를 치게 된 이었다. 그렇기에 이후에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가 참 많았다. ​ 작품을 보기 전에 다양한 평가를 접할 수 있었는데, 대체로 보다는 못하다는 평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은 잘 만든 작품이지만, 개인적인 기호로는 오히려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았는데 관람이 끝난 지금은 오히려 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 기본적인 플롯은 전작과 유사하다. 보이 밋 걸의 형태를 가진 작품인데, 여기에 초..

    타마코 러브 스토리 - 블링 블링 힐링 왕도 로맨스

    타마코 러브 스토리(たまこラブストーリー) 모티브나 클리셰는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작품들에 이어 그것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모티브나 클리셰는 작품을 수놓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이고, 이 모티브나 클리셰를 얼마나 활용하느냐, 얼마나 변주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신선도가 달라진다. 흔히 뻔하다고 불리는 작품은 이런 모티브와 클리셰를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오늘날, 수많은 이야기가 넘쳐흐르는 이 시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신선도이고 새로운 이야기는 각광받고, '뻔한 이야기'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다. 하지만 정말 뻔한 이야기는 재미없는, 가치 없는 이야기인 걸까? 는 바로 이런..

    목소리의 형태 - 아쉬움이 남는, 하지만 의의 있는 작품

    목소리의 형태(聲の形) 기본적으로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이다.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엿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이 바로 '목소리', 즉 대화이다. 사람은 서로 대화하며,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으로 관계를 구축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조차 어려운 사람이 존재한다. 청각을 잃거나, 말을 잃은 사람들. 대화가 소통의 전부라면, 그 사람들과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가?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가? 이 작품의 제목은 목소리의 형태(聲の形)로, 일본어에서 목소리는 현대에서는 声라고 쓴다. 聲이 복잡한 한자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를 좀 더 편하기 위해서..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心が叫びたがってるんだ。) 사실 영화관은 자주 가는 편도 아니고, 최근엔 러브 라이브, 아이마스, 괴물의 아이 모두 걸렀지만 기분도 꿀꿀하고 분위기 전환 겸 + 드라마라는 장르를 사랑하는 내게 충분히 어필하는 시놉시스로 인해 오래간만에 영화관에 들러서 본 작품이다. 덕분에 기분 좋은 2시간을 보냈다. 제작진의 '전작'으로 불리는 의 경우 괜찮은 작품이지만 조금 미묘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지라 이번 작품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는데 아노하나 쪽보다 이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주제와 테마는 「말(言葉)」이다. 이 말이라는 테마를 말을 잃어버린 소녀 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말의 날카로움과, 말의 따뜻함을 모두 담은 '말' 그 자체를. 주제도 아주 독특한 건 아니지만 매력적이었는데, ..

    너의 이름은 - 신카이 마코토의 놀라운 변화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올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애니메이션을 하나 선정하라면 아마 누구나가 이 작품, 을 꼽을 것이다. , 등으로 유명한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3년 만의 신작. 개봉 직후 일본 내에서 사회적인 현상마저 만들어내고, 연이어 역대 일본 영화 흥행 기록을 갱신하며 초고속 흥행가도를 달렸던 작품이다. 더군다나 일본 내외의 평론가의 찬사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작품인지라 국내에서도 많은 기대감을 낳고 선행 시사회의 경우 경쟁률이 극단적으로 치닫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작품이다. 사실 기존의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의 경우, 그 팬의 수만큼 안티 팬도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호불호가 강한 작품들이 많았다. 나의 경우엔 그의 작품 중 를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그의 팬 중 한 명이었지만 주위..

    분명, 흐림없이 맑은 아침색보다도 - 다정함의 이야기

    분명, 흐림없이 맑은 아침색보다도 (きっと、澄みわたる朝色よりも、) 이제 와서 이런 말하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릴 적부터 나는 멋진 세계를 동경하는 아이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TV나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책을 읽던 아이였고,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동화나 따스한 이야기였다. 그게 어찌하다 서브컬처로까지 옮겨붙게 되었고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내가 동경했던 것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다정한 세계다. 빈말로도 내가 살아온 세상은 아름답다고만 할 수는 없는 세계였고,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 속의 세계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자 나의 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슈몬 유우라는 시나리오 라이터를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 한 ..

    사랑x친애 그녀 - 작가의 폭주가 낳은 비극

    사랑x친애 그녀 (恋×シンアイ彼女) 거두절미하고 본편만 놓고 보자면 이 작품은 별로였다. 그림과 음악은 물론 말할 필요가 없이 최고였지만, 정작 시나리오가 문제였다. 유이와 린카루트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개연성은 심각할 정도로 나빴다. 아야네는 캐릭터가 워낙 좋아서 즐겁게 하긴 했는데, 시나리오만 놓고 보면 사실 매우 단순한 이야기였다. 거기다 극 중 클라이맥스인 아야네가 노래 부르러 올라가는 장면은 이해를 포기할 정도로 막 나가는 장면이었다. 그냥 전반적으로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에 끼워 맞춰 캐릭터가 움직이는 인형극의 느낌이었다. 이야기로써는 도저히 좋게 평가해줄 수가 없는 그런 이야기. 다만 에필로그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그전까지가 쥐어 짜낸 이야기라면, 여기서부터는 폭주해..

    니어 오토마타 - 이해와 존재의의 그 너머

    니어 오토마타 (Nier:Automata) 와 이전작 의 스포일러를 포함되어 있습니다. 니어 오토마타라는 게임에 대해서 내가 받은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름다움이었다. 이 작품은 굉장히 아름답다. 그건 단순히 이 작품을 이루고 있는 '세계'라던가, 그 세계를 표현하는 그래픽이라던가, 음악, 캐릭터 등의 부분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아울러 니어 오토마타라는 게임 그 자체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 작품은 정말 절묘한 밸런스 위에서 성립하고 있는 작품이다. 플레이어 경험, 그래픽, 디자인, 음악, 이야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서로가 서로의 상승 작용을 이끌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끔 설계되어 있고, 정말 눈에 띄는 커다란 부분부터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기 쉬운 아주 작은 부분까지..

    백일몽의 청사진 - 세계라고 불린 소녀

    백일몽의 청사진 THE GIRL WHO'S CALLED THE WORLD (白昼夢の青写真, 2020)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개성이라고 하는 것의 정체는 우리들 하나 하나가 오늘날까지 살아온 기억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다. 무언가의 판단을 내릴 때, 사람은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한다. 그리고 몇 가지의 판단의 나열이 행동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 과거의 경험, 기억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 우리는 상대의 행동을 보는 것으로 그 사람의 개성을 판단한다. 즉, 우리는 간접적으로 상대의 개성의 집합을 개성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 인식의 연쇄가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나로부터 보이는 세계의 모습, 당신들로부터 보이는 세계의 모습. 개개인을 잇는 공통 인식의 집합이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푸르고 ..

    멋진 나날들 ~불연속 존재~ - 말할 수 없는 것 그 너머

    멋진 나날들 ~불연속 존재~ HD (素晴らしき日々 ~不連続存在~ HD, 2017) Tell them I've had a wonderful life 멋진 삶을 살았노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시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평생을 자살 충동 속에서 살아왔던 대철학자의 유언이다. 그는 무슨 심정으로 이러한 유언을 남겼던 것일까? ​ 이 작품은 바로 이 대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유언과 저작 에서 출발한다. 시나리오 라이터 SCA-自(이하 스카지)가 를 읽고 생각한 감상 그 자체를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도 두 번을. 첫번째는 , 그리고 두번째가 바로 본 작 이다. 감상문을 두 번 작성한데는 의미가 있다. 은 앞서 제작된 작품 과 결별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 작에 대해 ..

    4월은 너의 거짓말 - 웰메이드 성장 드라마

    4월은 너의 거짓말(四月は君の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상글은 웬만하면 작성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귀찮음일 거고, 그 외의 이유로는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띠다 보니 했던 말을 반복하기만 할 뿐 전혀 영양가 없는 글만 쓰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다시금 감상을 작성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작품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머릿속에서 넘쳐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 감각,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조형.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웰메이드 정통파 성장 드라마라는 점이었다. 이야기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피아노를 칠 수 없게..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편 - 원작을 한없이 초월한, 원작에 가로막힌.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劇場版 鬼滅の刃 無限列車編, 2020) 예전에는 모든 감상하는 작품마다 감상을 남기려고 했지만, 일을 시작하게 된 이후에는 그럴 체력이 남아나질 않다 보니 내게 임팩트를 남기는 작품들만 감상을 남기기로 다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스팅 주기가 굉장히 길어지게 되었는데, 드디어 그럴 기회를 만났다. 바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다. 사실 귀멸의 칼날은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만나게 되어 원작까지 읽게 된 케이스인데, 애니메이션 1화를 본 그 날 바로 코믹스를 전부 구매했던 것이 생각난다. 어찌보면 무색무취한 도입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무언가 가슴을 흔드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역시 틀리지 않았고 무한열차편까지는 정말 만족하면서 읽은 소년 만화였다. 이..

    마법사의 밤 - 최신의 타입문

    마법사의 밤 (魔法使いの夜) 발매 연기를 몇 번이나 거듭하고 세상의 빛을 본 작품이다. 대개 발매 연기를 하고 나오는 작품들은 성과가 썩 좋지 않다. 왜냐면 발매 연기를 하면 유저들의 불만과 더불어 기대치까지 올라가버리기 때문이다. 특히나 연단위로 발매 연기가 되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긴 발매 연기를 거친 후 나오는 작품은 웬만큼 만들어도 까이기 십상이다. '그렇게 연기하고 이 정도?'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 지금까지 야겜을 해오면서 이렇게 발매 연기를 하고 정말 연기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든 작품은 이걸로 딱 두 번째다. 첫 번째는 클라나드. 두 번째는 마법사의 밤. '최신의 마법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 만큼 '최신의 타입문'이 무엇인지 보여준 것 같다. 먼저 이 작품을 고평 ..

    히마와리 아쿠아애프터 - 두 사람 다운 이야기

    히마와리 아쿠아 애프터 (ひまわり アクアアフター) 의 아쿠아 루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팬디스크 히마와리 아쿠아 애프터.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아쿠아와 러브러브 한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래, 이렇게 비틀린 두 사람이 멀쩡히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었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정말이지 아쿠아 루트 이후의 이야기에 가장 걸맞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자면, 오히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후일담이 두 사람에겐 더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고-가 밝힌 이 작품이 태어난 이유가 PSP판 음성 수록 이후 스태프들끼리 이야기하다가 '아쿠아 엔딩 이후에 이 녀석 둘이 분명 헤어졌을 거 같아'라는 한 스태프의 말에 이 작품이 태어났다고 한다. 듣자마자 ..

    히마와리 -Pebble in the sky- - 이야기의 힘

    히마와리 -Pebble in the sky- (ひまわり -Pebble in the sky-) 내가 좋아하는 시나리오 라이터 '고-'의 대표작, 히마와리. 사실 이 작품을 이번에 처음 플레이하는 건 아니고, 원작인 동인 게임 쪽을 플레이했었다. 그게 벌써 플레이한지 5년은 족히 넘었던지라 아일랜드 발매 기념에 DLSite에서 할인하고 있길래 덥석 구입하고 플레이. 해보니 잊어버린 부분도 상당히 있었던 지라 다시 플레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꽤 높았다. 특히, 기존 동인판은 보이스가 없어서 단조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PSP판, Vita판을 거치며 보이스가 추가되었던 부분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또한 고오의 단편 소설─코모레비, 카게로우─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러웠던 포인트. 작화의 ..

    아일랜드 (ISLAND) - 아쉽기도 하지만 즐거운 이야기

    아일랜드 (ISLAND) 좋아하는 시나리오 라이터 고-의 신작 . 발매 전부터 왕창 기대하고 있었다. 이거 하나 하려고 를 다시 플레이하고, 를 읽었다. 사실 , 와 달리 얘는 완전히 따로 노는 느낌이 더 강했다. 뭐 그래도 결과는 나름대로 대만족. 사실 후반부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 번은 정말 화가 났었는데, 그래도 히든 엔딩이 살렸다. 지금도 그 부분만큼은 정말 마음에 안 듦. 아 물론, 그 이외에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꽤 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평가로는 대만족으로. 다루는 소재는 '시간'이다. 특히 '시간 여행'과 '시간의 상대성'을 중심으로. 시간이란 소재는 그 특성상 매혹적일 수밖에 없는 소재다. 특히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은 한 방향이지만, ..

    아마츠츠미 - 신을 통한 '인간 다움'

    아마츠츠미 (アマツツミ) 인간은 본디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서브컬처의 많은 작품들은 캐릭터를 조형할 때 '처음부터 선한 존재'와 '처음부터 악한 존재'로 나누어서 캐릭터를 형성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악역들이 '사실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나쁜 짓을 했다'라는 것을 이야기하여 악당 캐릭터들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하는 작품들도 많지만 본질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선과 악을 동시에 다루는 작품은 서브컬처에선 생각보다 드문 편이다. 인간이 선한 존재이냐 악한 존재이냐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간이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선과 악을 동시에 혼재한 존재임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이 세상엔 완전히 선하기만 한 존재는 없고, 완전히 악하기만 한 존재는 없다. 그..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 - '모두'의 이야기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 (Steins;Gate 0) 타임 리프계 마스터 피스로 칭송받는 의 정식 후속작 . 전작 트루 엔딩인 경계면상의 슈타인즈 게이트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 '베타 세계선 미래의 오카베 린타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작에서 이 부분을 말끔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갔던터라 이 에피소드를 궁금해하는 플레이어도 꽤 많았고, 슈타인즈 게이트의 인기가 애니메이션화를 거치면서 더욱 증폭된 터라 이 기회에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나온 작품이었던 것 같다. 발매한지는 약 1년이 넘었지만, 비타 자체에 손이 너무 안 가서 이제야 플레이했는데 플레이해보니 정말 재미있어서 이럴 거면 진작에 할 걸이라는 후회가 남았던 작품. 발매 당시에 플레이했으면 좀 더 흐름을 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

    아르테미스 블루 - 퇴색되지 않는 사랑스러움

    아르테미스 블루 (アルテミスブルー) 처음보단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단 세 번째가 더 사랑스러운 작품이 있다. 내겐 그런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다. 사실 초회 플레이 때는 좋은 작품이긴 했지만 매우 좋다 수준까진 아니었는데, 이번에 다시 플레이하면서 작품에 대한 인상이 훨씬 좋아진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선 그 흔한 감상이나 리뷰조차 제대로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묻힌 작품이라 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바로 설정과 배경에 있다. 모종의 이유로 지구에 닥친 대변화로 인해 고도 500ft(150m)이상 비행이 불가능한 세계에서 연간 사고율 20%에 육박하는 위험한 업계인 항공업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설정 하나가 수많..

    페르소나 5 - 다시 돌아온 JRPG의 구세주

    페르소나 5(ペルソナ5) 근 몇 년간 일본식 RPG는 서양식 RPG와 어드벤처 게임에게 무참히 얻어맞아 왔다. JRPG의 쌍두마차 중 내수에서 특히 강력한 드래곤 퀘스트를 빼고, 서구권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지던 파이널 판타지의 거듭된 실패와 서구권 게임의 약진. 그리고 기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일본 게임계로 인해 최근 몇 년은 그야말로 일본식 RPG, 아니 일본 게임계의 암흑기 그 자체였다. 그 암흑기 중에서도 선전하는 몇 안되는 프랜차이즈가 있었으니. 바로 페르소나 시리즈다. 아틀라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페르소나 3, 그리고 프랜차이즈 사상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둔 페르소나 4. 그러나 이런 연이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외적 요인으로 아틀라스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아틀라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

    풍경의 바다의 아페이리아 - SF 에로게의 새로운 역작

    풍경의 바다의 아페이리아 (景の海のアペイリア) 나는 과학을 참 좋아한다. 전공도, 목표로 하는 직업도 과학에 관련된 직업이고, 서브컬처를 제외한다면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분야도 과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을 소재로 한 서브컬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것을 융합한, 나의 궁극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다. 그러나 동시에 안타깝게도 이런 과학을 소재로 하는 서브컬처의 수는 많지 않다. 거기에서 옥석을 가리려고 한다면 '옥'이 될만한 작품은 더더욱 없다. 아무래도 매력적인 소재이긴 하나, 제대로 살려내기 힘든 소재인데다 작가의 사전 조사가 굉장히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재를 잘 살리더라도 정작 본론인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좋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