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영상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이젠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아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 그야말로 전설의 귀환. 원래 명작으로 명성이 높은 슬램덩크의 최신 애니화에 더불어 작중 최고의 에피소드로 불리는 산왕전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내보낸다? 이건 처음부터 안 볼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만큼 기대가 높은 작품이면 아무래도 보고 나서 김이 조금 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모든 전개를 다 알고, 주요 명장면들을 모두 아는데도 불구하고 시선과 집중력을 모조리 다 빼앗아가는 그런 마력의 작품이었다. 연초부터 2023 베스트 아니메를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좋다. 작품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내레이션을 내게 맡긴 농구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만화 슬램덩크'보다 '북산고교 vs 산왕고교의..

    봇치 더 락! -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봇치 더 락(ぼっち・ざ・ろっく!) 분기 패권작으로 워낙 명망이 높아서 호기심이 가던 차에 연말에 시간이 꽤 많이 나게 되어서 정주행한 작품. 끝까지 본 결과, 분기 패권작은 괜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달았고 나아가 2022년이 채 가기 전에 다 본 것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4컷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은 만들기가 꽤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이 충분히 원작을 초월한 작품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쉽게 짐작이 갈 정도로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었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캐릭터, 고토 히토리─이하 봇치─의 압도적인 매력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원작 만화에서 부터 이 작품만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 어드밴티지가 압도적이었을..

    사이버 펑크: 엣지 러너 - 지상에 속박된, 벗어나고 싶은

    사이버 펑크: 엣지 러너(Cyberpunk: Edgerunners, 2022) 이 세계에서는 어떻게 사느냐로 이름을 떨치는게 아냐... 어떻게 죽느냐로 기억되지. 최근에는 시간도 별로 없고,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플레이하느라 바빠서 오타쿠 짓을 얼마 못했는데 그런 내 삶에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작품. 시라가 추천해 준 작품인데, 취향에 맞을 것이라는 추천사와 함께 보라고 강권하길래 어차피 SF는 좋아하니까하고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트리거의, 이마이시 히로유키의 커리어 하이를 장식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그런 작품이었다. 아니, 어쩌면 유명세만 탄다면 애니메이션 사에 당당히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역대급 작품이었다. 원작인 사이버펑크 2077은 발매 초기의 악평으로 플레이 해보지 않았는데 한 번..

    날씨의 아이 -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을까

    날씨의 아이 (天気の子, 2019) 이것은, 나와 그녀만이 알고 있는, 세계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 이후 3년, 신카이 마코토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신카이 감독 특유의 감정선과 플롯으로 인해 호불호가 매우 강한 작품을 많이 제작하다가 대중성을 가진 작품을 만들게 되었고, 그것이 공전절후의 히트를 치게 된 이었다. 그렇기에 이후에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가 참 많았다. ​ 작품을 보기 전에 다양한 평가를 접할 수 있었는데, 대체로 보다는 못하다는 평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은 잘 만든 작품이지만, 개인적인 기호로는 오히려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았는데 관람이 끝난 지금은 오히려 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 기본적인 플롯은 전작과 유사하다. 보이 밋 걸의 형태를 가진 작품인데, 여기에 초..

    4월은 너의 거짓말 - 웰메이드 성장 드라마

    4월은 너의 거짓말(四月は君の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상글은 웬만하면 작성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귀찮음일 거고, 그 외의 이유로는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띠다 보니 했던 말을 반복하기만 할 뿐 전혀 영양가 없는 글만 쓰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다시금 감상을 작성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작품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머릿속에서 넘쳐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 감각,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조형.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웰메이드 정통파 성장 드라마라는 점이었다. 이야기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피아노를 칠 수 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