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젤다의 전설 The Hyrule Fantasy - 전설의 시작

    젤다의 전설 The Hyrule Fantasy (ゼルダの伝説 The Hyrule Fantasy, 1986) 그야말로 전설의 시작. 사실 2022년에 와서 플레이하기에는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많다. 안내가 전혀 없이 덩그러니 놓여지는 캐릭터와 4방향 직선공격 밖에 안되는 한계로 인해 다른 기종의 젤다에 비해 월등히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는 부분이라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는 작품이었다. 재미라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의 증명. 현대에 와서는 게임 산업도 굉장히 복잡해져서 진입 장벽도 진입 장벽이지만 '재미'라는 것도 조금은 세분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 취향이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대인데, 이 작품이 등장했던 시대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

    그노시아 - AI, 메타픽션, 그리고 마피아 게임

    그노시아(GNOSIA, 2019) 싱글 마피아 게임이라는 신기한 장르였는데 생각보다 마피아 게임으로써도 꽤 즐길만 했다. AI가 엉터리라면 굉장히 어려운 컨셉의 작품인데, 그 AI가 생각 이상으로 잘 만들어져서 사람과 하는 것과 유사한 체험을 주는 것이 신기했던 작품. 마피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혼자 즐길 수 있는 마피아 게임이라는 컨셉도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역시 이야기다.마피아 게임에 뭔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이 작품은 마피아 게임이라는 것을 잘 살려서 루프물 구조로 되어있다.즉 수십, 수백판의 마피아 게임을 진행하면서 단서를 조금씩 찾아내고 세계와 루프의 진상을 찾는 이야기이다. 캐릭터 조형도 꽤 신선하게 잘 만들어..

    타마코 러브 스토리 - 블링 블링 힐링 왕도 로맨스

    타마코 러브 스토리(たまこラブストーリー) 모티브나 클리셰는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작품들에 이어 그것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모티브나 클리셰는 작품을 수놓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이고, 이 모티브나 클리셰를 얼마나 활용하느냐, 얼마나 변주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신선도가 달라진다. 흔히 뻔하다고 불리는 작품은 이런 모티브와 클리셰를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오늘날, 수많은 이야기가 넘쳐흐르는 이 시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신선도이고 새로운 이야기는 각광받고, '뻔한 이야기'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다. 하지만 정말 뻔한 이야기는 재미없는, 가치 없는 이야기인 걸까? 는 바로 이런..

    목소리의 형태 - 아쉬움이 남는, 하지만 의의 있는 작품

    목소리의 형태(聲の形) 기본적으로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생물이다.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엿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이 바로 '목소리', 즉 대화이다. 사람은 서로 대화하며,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으로 관계를 구축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조차 어려운 사람이 존재한다. 청각을 잃거나, 말을 잃은 사람들. 대화가 소통의 전부라면, 그 사람들과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가?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가? 이 작품의 제목은 목소리의 형태(聲の形)로, 일본어에서 목소리는 현대에서는 声라고 쓴다. 聲이 복잡한 한자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를 좀 더 편하기 위해서..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 (心が叫びたがってるんだ。) 사실 영화관은 자주 가는 편도 아니고, 최근엔 러브 라이브, 아이마스, 괴물의 아이 모두 걸렀지만 기분도 꿀꿀하고 분위기 전환 겸 + 드라마라는 장르를 사랑하는 내게 충분히 어필하는 시놉시스로 인해 오래간만에 영화관에 들러서 본 작품이다. 덕분에 기분 좋은 2시간을 보냈다. 제작진의 '전작'으로 불리는 의 경우 괜찮은 작품이지만 조금 미묘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지라 이번 작품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는데 아노하나 쪽보다 이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주제와 테마는 「말(言葉)」이다. 이 말이라는 테마를 말을 잃어버린 소녀 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말의 날카로움과, 말의 따뜻함을 모두 담은 '말' 그 자체를. 주제도 아주 독특한 건 아니지만 매력적이었는데, ..

    너의 이름은 - 신카이 마코토의 놀라운 변화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올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애니메이션을 하나 선정하라면 아마 누구나가 이 작품, 을 꼽을 것이다. , 등으로 유명한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3년 만의 신작. 개봉 직후 일본 내에서 사회적인 현상마저 만들어내고, 연이어 역대 일본 영화 흥행 기록을 갱신하며 초고속 흥행가도를 달렸던 작품이다. 더군다나 일본 내외의 평론가의 찬사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작품인지라 국내에서도 많은 기대감을 낳고 선행 시사회의 경우 경쟁률이 극단적으로 치닫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작품이다. 사실 기존의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의 경우, 그 팬의 수만큼 안티 팬도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호불호가 강한 작품들이 많았다. 나의 경우엔 그의 작품 중 를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그의 팬 중 한 명이었지만 주위..

    귀멸의 칼날: 무한 열차편 - 원작을 한없이 초월한, 원작에 가로막힌.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劇場版 鬼滅の刃 無限列車編, 2020) 예전에는 모든 감상하는 작품마다 감상을 남기려고 했지만, 일을 시작하게 된 이후에는 그럴 체력이 남아나질 않다 보니 내게 임팩트를 남기는 작품들만 감상을 남기기로 다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스팅 주기가 굉장히 길어지게 되었는데, 드디어 그럴 기회를 만났다. 바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다. 사실 귀멸의 칼날은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만나게 되어 원작까지 읽게 된 케이스인데, 애니메이션 1화를 본 그 날 바로 코믹스를 전부 구매했던 것이 생각난다. 어찌보면 무색무취한 도입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무언가 가슴을 흔드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역시 틀리지 않았고 무한열차편까지는 정말 만족하면서 읽은 소년 만화였다. 이..

    마법사의 밤 - 최신의 타입문

    마법사의 밤 (魔法使いの夜) 발매 연기를 몇 번이나 거듭하고 세상의 빛을 본 작품이다. 대개 발매 연기를 하고 나오는 작품들은 성과가 썩 좋지 않다. 왜냐면 발매 연기를 하면 유저들의 불만과 더불어 기대치까지 올라가버리기 때문이다. 특히나 연단위로 발매 연기가 되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긴 발매 연기를 거친 후 나오는 작품은 웬만큼 만들어도 까이기 십상이다. '그렇게 연기하고 이 정도?'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 지금까지 야겜을 해오면서 이렇게 발매 연기를 하고 정말 연기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든 작품은 이걸로 딱 두 번째다. 첫 번째는 클라나드. 두 번째는 마법사의 밤. '최신의 마법사'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 만큼 '최신의 타입문'이 무엇인지 보여준 것 같다. 먼저 이 작품을 고평 ..

    히마와리 아쿠아애프터 - 두 사람 다운 이야기

    히마와리 아쿠아 애프터 (ひまわり アクアアフター) 의 아쿠아 루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팬디스크 히마와리 아쿠아 애프터.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아쿠아와 러브러브 한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래, 이렇게 비틀린 두 사람이 멀쩡히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었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정말이지 아쿠아 루트 이후의 이야기에 가장 걸맞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자면, 오히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후일담이 두 사람에겐 더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고-가 밝힌 이 작품이 태어난 이유가 PSP판 음성 수록 이후 스태프들끼리 이야기하다가 '아쿠아 엔딩 이후에 이 녀석 둘이 분명 헤어졌을 거 같아'라는 한 스태프의 말에 이 작품이 태어났다고 한다. 듣자마자 ..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 - '모두'의 이야기

    슈타인즈 게이트 제로 (Steins;Gate 0) 타임 리프계 마스터 피스로 칭송받는 의 정식 후속작 . 전작 트루 엔딩인 경계면상의 슈타인즈 게이트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한 '베타 세계선 미래의 오카베 린타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작에서 이 부분을 말끔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갔던터라 이 에피소드를 궁금해하는 플레이어도 꽤 많았고, 슈타인즈 게이트의 인기가 애니메이션화를 거치면서 더욱 증폭된 터라 이 기회에 한 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나온 작품이었던 것 같다. 발매한지는 약 1년이 넘었지만, 비타 자체에 손이 너무 안 가서 이제야 플레이했는데 플레이해보니 정말 재미있어서 이럴 거면 진작에 할 걸이라는 후회가 남았던 작품. 발매 당시에 플레이했으면 좀 더 흐름을 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

    아르테미스 블루 - 퇴색되지 않는 사랑스러움

    아르테미스 블루 (アルテミスブルー) 처음보단 두 번째가, 두 번째보단 세 번째가 더 사랑스러운 작품이 있다. 내겐 그런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 다. 사실 초회 플레이 때는 좋은 작품이긴 했지만 매우 좋다 수준까진 아니었는데, 이번에 다시 플레이하면서 작품에 대한 인상이 훨씬 좋아진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선 그 흔한 감상이나 리뷰조차 제대로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묻힌 작품이라 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바로 설정과 배경에 있다. 모종의 이유로 지구에 닥친 대변화로 인해 고도 500ft(150m)이상 비행이 불가능한 세계에서 연간 사고율 20%에 육박하는 위험한 업계인 항공업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설정 하나가 수많..

    페르소나 5 - 다시 돌아온 JRPG의 구세주

    페르소나 5(ペルソナ5) 근 몇 년간 일본식 RPG는 서양식 RPG와 어드벤처 게임에게 무참히 얻어맞아 왔다. JRPG의 쌍두마차 중 내수에서 특히 강력한 드래곤 퀘스트를 빼고, 서구권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지던 파이널 판타지의 거듭된 실패와 서구권 게임의 약진. 그리고 기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 일본 게임계로 인해 최근 몇 년은 그야말로 일본식 RPG, 아니 일본 게임계의 암흑기 그 자체였다. 그 암흑기 중에서도 선전하는 몇 안되는 프랜차이즈가 있었으니. 바로 페르소나 시리즈다. 아틀라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페르소나 3, 그리고 프랜차이즈 사상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둔 페르소나 4. 그러나 이런 연이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외적 요인으로 아틀라스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아틀라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

    반쪽 날개의 종이학과 허세부리는 니체 - 압도적 현장감

    반쪽 날개의 종이학과 허세부리는 니체 책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제목과 표지, 그리고 뒷면에 나오는 광고 문구를 꼽으시는 분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 외의 요소로 작가 이름이나 출판사 정도가 있겠다. 내가 이 책의 첫인상을 매력적이게 느끼고 구입하게 이르게 된 요소는 이 중 세 가지였다. 첫째 제목, 둘째 표지, 셋째 레이블이다. 일본의 미디어 웍스 문고와 비슷한 지향점을 놓고 있는 노블 엔진 팝은 내가 좋아하는 레이블 중 하나고 10명 중 9명 이상은 감탄할 것 같은 매력적인 표지. 그리고 쓸데없이 길지 않고 문장형도 아닌 간결하고 의미심장한 제목. 이 책의 첫인상은 10점 만점에 9점은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처음 책을 펼치고 프롤로그를 다 읽었을 즈음 느꼈던..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 독특한 이세계물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Re:ゼロから始める異世界生活) 사실 이세계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사놓고도 정말 손이 안 갔던 책인데 로 어느 정도 편견을 좀 떨어뜨려놓고 보니까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다. 선입견의 안 좋은 점을 또다시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 되었다. 물론 이런 선입견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작품이라는 건 역시 봐야 아는 것이다. 사실 이세계물의 특징이라면 뭔가 특별한 능력을 안고 전이 혹은 환생하거나 현대인 천재론 같은 웃기지도 않는 짓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다. 그런 특징들이 너무 싫어서 이세계물을 꺼렸던 것도 있고. 이 작품의 경우 주인공이 갖고 있는 것은 편의점 봉투와 컵라면, 스마트폰 정도뿐이다. 물론 스마트폰이 배터리 무한이라던가 인터넷 가능..

    공허의 상자와 제로의 마리아 - 광기와 순수의 종이 한 장 차이

    공허의 상자와 제로의 마리아 (空ろの箱と零のマリア) '광기와 순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이 작품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이 작품의 소재는 '사랑'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갈구하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사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 사랑을 표현해낸다. 누군가는 관심을, 누군가는 희생을, 누군가는 등가교환을. 이 작품은 그 사랑의 광기와 순수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광기와 순수의 본질은 같다. 오로지 그 대상을 향한 무한한 추구가 광기와 순수의 본질이다. 둘은 같은 방향을 놓고 추구하는 방법만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광기와 순수는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 밖에 없다. 그 어떤 광기도, 순수도 약간만 관점을 달리하는 것으로 역전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작품은 그 ..

    내가 사랑한 모든 너에게 & 너를 사랑한 한 명의 나에게 - 둘이서 하나

    내가 사랑한 모든 너에게 & 너를 사랑한 한 명의 나에게 (僕が愛したすべての君へ & 君を愛したひとりの僕へ) 올해 읽은 책 중에서 단연코 톱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작품. 앞으로 2개월가량이나 시간이 남아있지만 이 만한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정발을 기다리고 있는 책이었는데, 북워커 이벤트와 미아키 신간으로 인해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원서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 전혀 후회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좀 더 빨리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아닌 아쉬움만 남는다. 국내 출판사 여러분들, 정발이 꼭 필요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진정한 의미에서 '둘이서 하나'를 구현해내는 작품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 라이트 노벨(뿐만 아니라 일반 서적 등도 포함해)은 꽤 많은 편이지만, 진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