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사쿠라의 각 - 벚꽃의 시간은 시가 된다.

    사쿠라의 각 -벚나무 숲 아래를 거닐다- (サクラノ刻 -櫻の森の下を歩む-) 5.6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를 뜻한다. 7.0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저 모든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였다. 시나리오 라이터 스카지(SCA-自)의 처녀작 . 그리고 그것의 셀프 리메이크에 가까운 과 주제 의식을 계승한 . 그리고 그 작품에 일종의 마침표를 찍은 본 작품 까지. 하나의 주제 의식에서 출발한 이 작품들은 작품을 거듭하며 사유를 확장하고 그 끝의 작품인 에서는 지난 작품들의 주제를 아울러 그 주제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내놓았다. 이라는 작품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는 명제를 통해 지난 글#1#2에서 사용했던 표현을 ..

    사쿠라의 시 - 인과 교류의 예술

    사쿠라의 시 -벚나무 숲 위를 흩날리다- (サクラノ詩 -櫻の森の上を舞う-) 그것이 허무하다면 허무 자체가 그러하니 어느 정도는 모두에게 공통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내 안의 모두이듯이, 모두가 각자 속의 전부니까요.) 작품은 미야자와 겐지의 의 3연 마지막 문단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작품의 첫머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작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작품은 왜 이 문장을 인용하면서 시작한 것일까? 이 작품은 전작 의 테마였던 '멋진 나날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난 글에서 표현을 빌려 오자면, 멋진 나날들이란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삶의 주인이 자신임을 천명하는 삶이다. 전작품은 그곳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내는 작품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멋진 나날들 안에서 '말할 수 ..

    화이트 앨범 2 - 다시 그 계절이 온다

    화이트 앨범 2(WHITE ALBUM2) 다시 그 계절이 온다. 화이트 앨범의 계절이 온다. 에로게 역사에 기록된 공전절후의 명작, 화이트 앨범 2를 다시 플레이했다. 아마 이걸로 5회 정도 플레이 했는데, 이미 내 안에서는 겨울의 대명사와 같은 것이라 12월 말쯤부터는 이 작품이 공연히 떠오르곤 한다. 그 정도로 겨울을 테마로 잘 살린 작품이다. 게다가 유명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 라이터 중 하나인 마루토 후미아키의 마지막 게임 시나리오였다. 스스로도 라이터 인생의 20%를 담은 작품이라고 말한 만큼, 여전히 마루토 작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시나리오를 자랑하고 있다. 전작인 화이트 앨범도 에로게 역사에 남은 작품인 만큼 후속작은 시나리오 라이터의 네임벨류와 함께 발매되기도 전부터 이리저리 기대..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이젠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아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 그야말로 전설의 귀환. 원래 명작으로 명성이 높은 슬램덩크의 최신 애니화에 더불어 작중 최고의 에피소드로 불리는 산왕전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내보낸다? 이건 처음부터 안 볼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만큼 기대가 높은 작품이면 아무래도 보고 나서 김이 조금 새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모든 전개를 다 알고, 주요 명장면들을 모두 아는데도 불구하고 시선과 집중력을 모조리 다 빼앗아가는 그런 마력의 작품이었다. 연초부터 2023 베스트 아니메를 만난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좋다. 작품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내레이션을 내게 맡긴 농구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만화 슬램덩크'보다 '북산고교 vs 산왕고교의..

    봇치 더 락! - 재미와 감동을 다 잡은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봇치 더 락(ぼっち・ざ・ろっく!) 분기 패권작으로 워낙 명망이 높아서 호기심이 가던 차에 연말에 시간이 꽤 많이 나게 되어서 정주행한 작품. 끝까지 본 결과, 분기 패권작은 괜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달았고 나아가 2022년이 채 가기 전에 다 본 것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4컷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은 만들기가 꽤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이 충분히 원작을 초월한 작품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쉽게 짐작이 갈 정도로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었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캐릭터, 고토 히토리─이하 봇치─의 압도적인 매력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원작 만화에서 부터 이 작품만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 어드밴티지가 압도적이었을..

    사이버 펑크: 엣지 러너 - 지상에 속박된, 벗어나고 싶은

    사이버 펑크: 엣지 러너(Cyberpunk: Edgerunners, 2022) 이 세계에서는 어떻게 사느냐로 이름을 떨치는게 아냐... 어떻게 죽느냐로 기억되지. 최근에는 시간도 별로 없고,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플레이하느라 바빠서 오타쿠 짓을 얼마 못했는데 그런 내 삶에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 작품. 시라가 추천해 준 작품인데, 취향에 맞을 것이라는 추천사와 함께 보라고 강권하길래 어차피 SF는 좋아하니까하고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트리거의, 이마이시 히로유키의 커리어 하이를 장식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그런 작품이었다. 아니, 어쩌면 유명세만 탄다면 애니메이션 사에 당당히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역대급 작품이었다. 원작인 사이버펑크 2077은 발매 초기의 악평으로 플레이 해보지 않았는데 한 번..

    날씨의 아이 -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을까

    날씨의 아이 (天気の子, 2019) 이것은, 나와 그녀만이 알고 있는, 세계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 이후 3년, 신카이 마코토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신카이 감독 특유의 감정선과 플롯으로 인해 호불호가 매우 강한 작품을 많이 제작하다가 대중성을 가진 작품을 만들게 되었고, 그것이 공전절후의 히트를 치게 된 이었다. 그렇기에 이후에 어떤 작품이 나올까 기대가 참 많았다. ​ 작품을 보기 전에 다양한 평가를 접할 수 있었는데, 대체로 보다는 못하다는 평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은 잘 만든 작품이지만, 개인적인 기호로는 오히려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았는데 관람이 끝난 지금은 오히려 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 기본적인 플롯은 전작과 유사하다. 보이 밋 걸의 형태를 가진 작품인데, 여기에 초..

    분명, 흐림없이 맑은 아침색보다도 - 다정함의 이야기

    분명, 흐림없이 맑은 아침색보다도 (きっと、澄みわたる朝色よりも、) 이제 와서 이런 말하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릴 적부터 나는 멋진 세계를 동경하는 아이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TV나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 책을 읽던 아이였고,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동화나 따스한 이야기였다. 그게 어찌하다 서브컬처로까지 옮겨붙게 되었고 지금의 내가 된 것이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내가 동경했던 것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다정한 세계다. 빈말로도 내가 살아온 세상은 아름답다고만 할 수는 없는 세계였고,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 속의 세계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자 나의 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슈몬 유우라는 시나리오 라이터를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 한 ..

    사랑x친애 그녀 - 작가의 폭주가 낳은 비극

    사랑x친애 그녀 (恋×シンアイ彼女) 거두절미하고 본편만 놓고 보자면 이 작품은 별로였다. 그림과 음악은 물론 말할 필요가 없이 최고였지만, 정작 시나리오가 문제였다. 유이와 린카루트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개연성은 심각할 정도로 나빴다. 아야네는 캐릭터가 워낙 좋아서 즐겁게 하긴 했는데, 시나리오만 놓고 보면 사실 매우 단순한 이야기였다. 거기다 극 중 클라이맥스인 아야네가 노래 부르러 올라가는 장면은 이해를 포기할 정도로 막 나가는 장면이었다. 그냥 전반적으로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에 끼워 맞춰 캐릭터가 움직이는 인형극의 느낌이었다. 이야기로써는 도저히 좋게 평가해줄 수가 없는 그런 이야기. 다만 에필로그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그전까지가 쥐어 짜낸 이야기라면, 여기서부터는 폭주해..

    니어 오토마타 - 이해와 존재의의 그 너머

    니어 오토마타 (Nier:Automata) 와 이전작 의 스포일러를 포함되어 있습니다. 니어 오토마타라는 게임에 대해서 내가 받은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름다움이었다. 이 작품은 굉장히 아름답다. 그건 단순히 이 작품을 이루고 있는 '세계'라던가, 그 세계를 표현하는 그래픽이라던가, 음악, 캐릭터 등의 부분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아울러 니어 오토마타라는 게임 그 자체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 작품은 정말 절묘한 밸런스 위에서 성립하고 있는 작품이다. 플레이어 경험, 그래픽, 디자인, 음악, 이야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서로가 서로의 상승 작용을 이끌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끔 설계되어 있고, 정말 눈에 띄는 커다란 부분부터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가기 쉬운 아주 작은 부분까지..

    백일몽의 청사진 - 세계라고 불린 소녀

    백일몽의 청사진 THE GIRL WHO'S CALLED THE WORLD (白昼夢の青写真, 2020)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개성이라고 하는 것의 정체는 우리들 하나 하나가 오늘날까지 살아온 기억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다. 무언가의 판단을 내릴 때, 사람은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한다. 그리고 몇 가지의 판단의 나열이 행동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 과거의 경험, 기억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 우리는 상대의 행동을 보는 것으로 그 사람의 개성을 판단한다. 즉, 우리는 간접적으로 상대의 개성의 집합을 개성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 인식의 연쇄가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나로부터 보이는 세계의 모습, 당신들로부터 보이는 세계의 모습. 개개인을 잇는 공통 인식의 집합이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푸르고 ..

    멋진 나날들 ~불연속 존재~ - 말할 수 없는 것 그 너머

    멋진 나날들 ~불연속 존재~ HD (素晴らしき日々 ~不連続存在~ HD, 2017) Tell them I've had a wonderful life 멋진 삶을 살았노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시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평생을 자살 충동 속에서 살아왔던 대철학자의 유언이다. 그는 무슨 심정으로 이러한 유언을 남겼던 것일까? ​ 이 작품은 바로 이 대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유언과 저작 에서 출발한다. 시나리오 라이터 SCA-自(이하 스카지)가 를 읽고 생각한 감상 그 자체를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도 두 번을. 첫번째는 , 그리고 두번째가 바로 본 작 이다. 감상문을 두 번 작성한데는 의미가 있다. 은 앞서 제작된 작품 과 결별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 작에 대해 ..

    4월은 너의 거짓말 - 웰메이드 성장 드라마

    4월은 너의 거짓말(四月は君の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감상글은 웬만하면 작성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귀찮음일 거고, 그 외의 이유로는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띠다 보니 했던 말을 반복하기만 할 뿐 전혀 영양가 없는 글만 쓰여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내가 다시금 감상을 작성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작품을 본 순간부터, 이 작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머릿속에서 넘쳐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 감각,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조형.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품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웰메이드 정통파 성장 드라마라는 점이었다. 이야기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피아노를 칠 수 없게..

    히마와리 -Pebble in the sky- - 이야기의 힘

    히마와리 -Pebble in the sky- (ひまわり -Pebble in the sky-) 내가 좋아하는 시나리오 라이터 '고-'의 대표작, 히마와리. 사실 이 작품을 이번에 처음 플레이하는 건 아니고, 원작인 동인 게임 쪽을 플레이했었다. 그게 벌써 플레이한지 5년은 족히 넘었던지라 아일랜드 발매 기념에 DLSite에서 할인하고 있길래 덥석 구입하고 플레이. 해보니 잊어버린 부분도 상당히 있었던 지라 다시 플레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꽤 높았다. 특히, 기존 동인판은 보이스가 없어서 단조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PSP판, Vita판을 거치며 보이스가 추가되었던 부분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또한 고오의 단편 소설─코모레비, 카게로우─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만족스러웠던 포인트. 작화의 ..

    아일랜드 (ISLAND) - 아쉽기도 하지만 즐거운 이야기

    아일랜드 (ISLAND) 좋아하는 시나리오 라이터 고-의 신작 . 발매 전부터 왕창 기대하고 있었다. 이거 하나 하려고 를 다시 플레이하고, 를 읽었다. 사실 , 와 달리 얘는 완전히 따로 노는 느낌이 더 강했다. 뭐 그래도 결과는 나름대로 대만족. 사실 후반부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한 번은 정말 화가 났었는데, 그래도 히든 엔딩이 살렸다. 지금도 그 부분만큼은 정말 마음에 안 듦. 아 물론, 그 이외에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꽤 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평가로는 대만족으로. 다루는 소재는 '시간'이다. 특히 '시간 여행'과 '시간의 상대성'을 중심으로. 시간이란 소재는 그 특성상 매혹적일 수밖에 없는 소재다. 특히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간은 한 방향이지만, ..

    아마츠츠미 - 신을 통한 '인간 다움'

    아마츠츠미 (アマツツミ) 인간은 본디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서브컬처의 많은 작품들은 캐릭터를 조형할 때 '처음부터 선한 존재'와 '처음부터 악한 존재'로 나누어서 캐릭터를 형성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악역들이 '사실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나쁜 짓을 했다'라는 것을 이야기하여 악당 캐릭터들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하는 작품들도 많지만 본질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선과 악을 동시에 다루는 작품은 서브컬처에선 생각보다 드문 편이다. 인간이 선한 존재이냐 악한 존재이냐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간이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선과 악을 동시에 혼재한 존재임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이 세상엔 완전히 선하기만 한 존재는 없고, 완전히 악하기만 한 존재는 없다. 그..

    풍경의 바다의 아페이리아 - SF 에로게의 새로운 역작

    풍경의 바다의 아페이리아 (景の海のアペイリア) 나는 과학을 참 좋아한다. 전공도, 목표로 하는 직업도 과학에 관련된 직업이고, 서브컬처를 제외한다면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분야도 과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을 소재로 한 서브컬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두 번째로 좋아하는 것을 융합한, 나의 궁극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다. 그러나 동시에 안타깝게도 이런 과학을 소재로 하는 서브컬처의 수는 많지 않다. 거기에서 옥석을 가리려고 한다면 '옥'이 될만한 작품은 더더욱 없다. 아무래도 매력적인 소재이긴 하나, 제대로 살려내기 힘든 소재인데다 작가의 사전 조사가 굉장히 중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재를 잘 살리더라도 정작 본론인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좋은 ..

    『2』 - 노자키 연작의 그 종극

    『2』 워낙 극찬을 많이 들어온 작품이고, 나 또한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던 작품이다. 발매 소식부터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여기고 있었던 작품이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올해가 가기 전에 정발을 해줘서 무사히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희망사항으로 이 작품을 올해의 마지막, 그리고 올해의 최고의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룰 수 있었다. 이 작품은 2015년 마지막으로 감상한 작품이자, 올해 최고의 소설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스포일러를 빼놓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다. 이 작품의 매력을 온전히 표현하는 데는 스포일러가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일단 글의 전반부는 스포일러를 빼놓은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고, 후반부에는 ..

    약캐 토모자키군 - 청춘 라이트 노벨의 새로운 대표작

    약캐 토모자키군(弱キャラ友崎くん) 현실에선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약한 인간이, 누군가와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이런 플롯을 흔히 '청춘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사실 독자들이 라이트 노벨에 기대하는 내용을 생각한다면, 청춘 소설은 라이트 노벨에 적합한 테마는 아니다. 필연적으로 이야기가 무거워지기 쉽고, 독자에게 '가르친다'라는 느낌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청춘 라이트 노벨'들은 여러 가지 변화를 준다. 캐릭터를 일반적인 라이트 노벨의 느낌에 맞게 가볍게 가져가거나, 혹은 무거운 내용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가벼운 터치로 성장을 그려낸다거나. 하지만 이런 변화는 '청춘 소설'이 가지는 고유한 맛을 빼앗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이라는 테..

    사쿠라다 리셋 - 상냥한 이야기

    사쿠라다 리셋 (サクラダリセット) '상냥함'이라는 테마는 서브컬쳐에서 오랜 기간동안 사랑해온 테마이자 내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테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감정이 흐른다. 기쁨, 슬픔, 원망, 분노, 사랑, 감사….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기반으로 사람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발전시켜 나가는 법이다. 그 중에서도 이 관계를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 상냥함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날 비를 맞는 사람이 있다면 우산을 씌워줍시다. 길 잃은 강아지가 있다면 같이 엄마를 찾아주고. 배고픈 고양이에게는 우유를 주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차림으로 선물을 나눠주는 것도 좋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누군가와 같이 웃을 수 있는 일만 해나갑시다. 은 바로 이 상냥함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서 그려..

    용왕이 하는 일! -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성장 드라마

    용왕이 하는 일(りゅうおうのおしごと!) 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의 형태가 있다.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감동을 추구하는 작품도 있다. 또는 교훈을 주거나, 사회 문제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들도 있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따로 있으며, 보통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이 중 한 가지에 매진하기 마련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듯, 목표가 너무 많으면 이를 달성하기도 어려운 데다 최악의 경우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아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서브컬쳐에서는 이야기 형태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처음엔 잔잔하지만, 후반에 몰아쳐서 감동을 이끌어 내는 타입의 이야기. 혹은 '재미'에 올인하여 이야기의 큰 줄기보다는, 순간순간의 재미..

    생명이 진 후에 피어난 꽃 -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생명이 진 후에 피어난 꽃(命の後で咲いた花) 간만에 만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였다. 오래 전부터 좋은 평을 들어왔지만, 기회가 없어 읽지 못했던 이야기인데 오늘 킨들버전이 발매된 기념으로 읽게 되었다. 2013년에 발간된 소설인데, 5년에 가까운 시간을 넘어 킨들로 나와준 것에 몹시 감사하게 되는 하루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작품을 읽지 못했을테니까. 마음의 별 다섯개를 아낌 없이 내어줄 수 있는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다. 이 작품은 내게 있어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오늘의 데이트 플랜을 가다듬은 것은 바로 그녀다. 수동적인 나는 언제나 그저 따라가기만 할 뿐인데 그녀는 언제나 즐거운 듯이 웃어준다. 일상의 틈에 흘러 넘친 작은 행복을 주워 모아서. 보석이라도 찾은..

    3일간의 행복 -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

    3일간의 행복 (三日間の幸福) 한때 국내 웹에 라는 제목을 가진 2ch 발 짧은 이야기가 번역되어 돌아다녔던 시기가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처음 그 글을 읽은 건 아마 2년 정도 된 것 같다. 읽는데 30분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글이었지만 작은 감동을 선사해주는, 그런 글이었다. 그 글을 루리웹의 유머 게시판에서 읽게 되었는데, 혼자서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우연찮게 만나게 되어 감동을 받은 그 글이 작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이 문고화가 되고, 한국에도 정식 발매가 되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작은 반전이 이야기의 핵심적인 요소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는 지금은 그때의 감동을 받을 수 없으리라고 섣불리 예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연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