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워낙 극찬을 많이 들어온 작품이고, 나 또한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던 작품이다. 발매 소식부터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여기고 있었던 작품이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올해가 가기 전에 정발을 해줘서 무사히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희망사항으로 이 작품을 올해의 마지막, 그리고 올해의 최고의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룰 수 있었다. 이 작품은 2015년 마지막으로 감상한 작품이자, 올해 최고의 소설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스포일러를 빼놓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다. 이 작품의 매력을 온전히 표현하는 데는 스포일러가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일단 글의 전반부는 스포일러를 빼놓은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고, 후반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만약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여기서 읽는 것을 멈추거나 혹은 스포일러 포함된 부분이라고 적어놓은 부분까지만 읽는 것을 권한다.
지금 나에게는 이 멤버 속에서 주역을 고집할 힘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예 속에 들어와 차장을 연기할 정도의 힘이라면 있다.
그건 나도 모르게 그만 맥주를 들이킬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작품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2』는 노자키 마도 연작 시리즈─암리타, 가면을 쓴 소녀, 죽지 않는 소녀 살인사건, 소설가를 만드는 법, 퍼펙트 프랜드─의 마지막 완결권이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최초의 작품이자 데뷔작인 암리타의 후속작으로 암리타와 마찬가지로 '영화 제작'을 소재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목표는 '지금까지의 영화를 모두 과거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영화'를 만드는 것. 이 이야기는 그런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그 이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노자키 마도라는 작가의 강점은 정말 많은 것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반전'이다. 그의 작품의 마지막에는 항상 믿어온 것, 생각해온 것을 모두 넘어서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것을 뒤집어버린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그렇기 때문에 노자키 마도의 작품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최후의 최후까지 뒤통수를 때려버리는 작가기 때문에.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것보다도 더 매력적인 강점은 따로 있다고 본다. 바로 노자키 마도 특유의 문장 감각이다. 노자키 마도의 글은 다루고 있는 내용에 비해 굉장히 쉽게 읽힌다. 이번 작품 『2』는 그동안 읽어온 노자키 마도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이 문장 감각이 극에 달해있는 작품이다. 정발 기준 500P가 넘어가는 정말 어마어마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단시간에 읽었다. 그 원동력이 바로 노자키 마도의 문장 감각이다. 그의 문장은 경쾌하다. 문자 그대로 '가볍'고 '즐겁'다. 등장인물의 대화도, 주인공의 독백도, 묘사도 그 어느 것 하나 막힘이 없다. 이것은 작가로써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평소 문장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이 사람의 문장은 뭔가 다르다 하고 느낄 수 있는 레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2』는 이런 무기를 제대로 살린 작품이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게 된다.
단지 그것을 위해 몸이 가루가 되도록 무대를 만든다.
야리코 씨는 어째서 그럴 수 있는 걸까?
어떻게 그런 칼날이 비처럼 쏟아지는 곳을 향해 뛰어드는 짓이 가능한 거지?
분명히 무척 아플 것이다. 피가 잔뜩 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만약 그 고통을 견딘다고 해도
그 뒤에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야리코 씨는 어째서 그게 가능한 걸까?
나는,나는 할 수 없다.
사실 이야기하자면, 나는 노자키 마도의 작품을 다섯 차례를 겪은 사람이고 그의 반전에는 여러 번 속아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속지 않으려고 정말 꼼꼼히 읽었다. 복선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파헤치고, 머릿속에서 재조립하고, 그렇게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해왔다. 그 결과는 나의 참패였다. 내가 맞춘 것은 정말 한 줌이었다. 오히려 작가의 트릭에 말려버리고 말았다. 이 작품은 파헤치려 할수록 작가가 파놓은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자키 마도는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라는 트릭을 즐겨 사용한다. 반전을 당하고 보면 '뭐야, 이런 게 어딨어!'하고 생각하지만 돌아가서 읽어보면 정말 틀린 말은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자키 마도의 반전은 매력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이런 트릭을 매우 즐겨 사용했고,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장면에서 조차 숨겨놓았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 눈치챘다면 그것은 아마 작가가 심어놓은 함정일 확률이 몹시 크다. 이렇게 작가와 머리싸움을 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아마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나와 같은 일을 할 것이다. 바로 앞으로 돌아가 책을 다시 읽어보고, 이전 시리즈들을 꺼내서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 짓을. 그리고 『2』를 다시 읽어본다면 경악할 것이다. 이 작품은 마지막 결말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분량이 복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읽다가 감명 깊은 구절을 카메라로 찍어놓고 그것을 텍스트로 옮기는 과정에서 깜짝 놀랐다. 너무나도 많은 복선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다 읽고 나서 2회독을 해도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굉장히 드물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굳이 이 작품에서 한가지 흠을 잡자면 그것은 <암리타>에서 보여주었던 일종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점인데, 나는 <암리타>의 감상에서 이 작품의 천재 묘사가 터무니없다는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의 천재 묘사는 천재성을 보여주고 이 캐릭터는 천재입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닌, 그냥 얘는 천재입니다라고 묘사하는 것으로 천재성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번 작품 역시 그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 점은 몹시 아쉽지만, 이 작품이 추구하는 이야기의 방향상 어쩔 수 없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이 작품의 천재는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천재'이기 때문이다. 그녀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이 작품의 의미는 조금 퇴색된다고 생각된다. 물론 작품 전체의 퀄리티와 이야기를 본다면 이런 단점 따윈 고려하지 않아도 될 테지만.
"만드는 건 괴로워."
나는 얼굴을 들었다.
미시마 씨가 빈 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읽어도 아무리 써도 아무리 봐도
아무리 만들어도 그 괴로움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
365일 계속 만들어도 10년 동안 계속 만들어도
절대 사라지는 일은 없어…….
그 괴로움을 지우려면 만족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만족 따위 할 수 없는 거야.
나는 내가 만족할 만한 것을 단 한 번도 만든 적이 없어…….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또 도전하고 또 실패하고…….
그건 무척 괴로워서………… 무척 괴로워서………….
하지만 난 단 하나 알고 있는 게 있어.
딱 하나만은 알고 있는, 틀림없는, 사실."
미시마는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만드는 걸 그만두는 것보다 괴로운 일은 이 세계에는 없는 거야."
그 이외의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한다면 역시 이 작품은 철저한 텍스트 기반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소설이 당연히 텍스트 기반이지 뭔 개소리냐 싶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텍스트가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읽어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이 이야기는 글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다. 고로 영상화는 절대 불가능하다. 설사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원작을 본 사람 입장에선 반드시 열화 판이 될 수밖에 없다. '글로만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이 시리즈를 읽어보길 바란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노자키 마도 연작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암리타 등 5작품─은 사실 제각각 독립적인 에피소드고 서로의 연관성은 암리타와 퍼펙트 프렌드를 제외하면 없다. 그런데 노자키 마도는 이 다섯 작품을 하나로 묶어 하나의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그것도 억지로 엮어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 작품을 위해서 다섯 작품이 태어났다'라는 착각을 할 만큼의 완성도로. 이 작품을 언제부터 구상했는지는 노자키 마도 본인만 알겠지만, 아마 내 예상으론 데뷔작인 암리타를 작성할 당시부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아마 노자키 마도는 천재일 것이다. 사실 '사이하라 모하야'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이 작품을 써냈다는 것에서 이미 천재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올해 읽은 작품 중에서는 단연코 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읽기 편한 글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방심할 수 없는 반전은 이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것이 노자키 마도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흡입력이다. 물론 이 과정에 개인에 따라 다소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의 초전개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까지 포함하더라도 노자키 마도의 작품에는 매력이 있다. 가치가 있다. 만약 아직 이 시리즈를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SF 적 요소를 좋아한다면, 당신이 어느 정도 판타지적 요소를 감안할 수 있다면, 이 시리즈를 1회독 하는 것을 꼭 권하고 싶다.
"감동. 감정의 움직임.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 그게 본질이죠.
재미있다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은, 감동의 방향을 표현한 말에 불과합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도, 재미를 추구하는 오락도
최종적으로 목적은 모두 같습니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사이하라 씨는 평소처럼 담담히.
그런데 마치 이 세계의 진실을 노래하듯이 말했다.
이하 스포일러 감상
"소설도."
"그림도."
"만화도."
"조각도."
"음악도."
"연극도."
"영화도."
"모든 창작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있다."
다시 돌아가서 이제 이 작품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역시 노자키 마도는 언제부터 이 작품을 기획했을까? 하는 이야기다. 아마 이 작품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가장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역시 <퍼펙트 프렌드>를 집필할 당시에는 생각했으리라는 사실. 퍼펙트 프렌드는 이 작품의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그렇다면 그전에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텐데 개인적으로 나는 <암리타>와 동시기, 혹은 그 이전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암리타>의 주인공이자 이번 작품 『2』의 진정한 화자 '후타미 아이이치(二見遭一)'의 이름을 생각해보자. 독음으로는 이견조일, 두 번 보고 한번 만난다 정도인데 여기서 二와 一은 작중에서 등장하는 작품 <2>와 사나카의 <1>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만약 이것까지 염두에 두고 주인공의 이름을 만들었다면 최소한 암리타의 제작 당시에 이러한 플롯을 머릿속에 넣어놓았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음, 역시 노자키 마도는 천재가 아닐까?
이번 작품에서 인상적인 건 역시 『2』가 전작의 모든 요소를 포함한 후속작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영화 제목 『2』가 제목의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각각의 독립된 에피소드의 후속작이라는 의미에서 『2』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것을 반영하듯 이 작품은 전작에 등장한 주인공(딱 한 명, 소설가를 만드는 법의 주인공 제외)과 히로인 전원이 등장한다. 그리고 『2』의 이야기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이전 작품을 만들었던 플롯과 반전들이 재사용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 작품의 에필로그에 이르는 길에 핵심적인 요소는 <죽지 않는 소녀 살인사건>의 핵심 반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하야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가면을 쓴 소녀>에서 미사키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2』의 클라이맥스 씬에서 이 긴장감을 연출할 수 없다. <소설가를 만드는 법>에서 나온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역시 이번 작품의 '이전에 나온 영화들을 모두 과거로 만들어 버리는 영화'라는 터무니없는 작품을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다. 또한 퍼펙트 프렌드의 결말에 이르는 반전은 이번 작품 『2』의 최중요 복선이다. 즉, 이 작품이 다루는 이야기가 다소 초현실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중반부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고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앞의 작품들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미리 해두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이 각각의 에피소드가 쓰인 이후에 구상된 이야기라는 것보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앞의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2ch의 코멘트에 있던 것을 본 것이지만 퍼펙트 프렌드의 클라이 맥스에 이런 부분이 등장한다.
突き落とす、助ける、救命措置をする、運ぶ、
全てがコントローラブルならば、作業はとても円滑に進む。
こうして数多の周到な準備の元に、理桜さんは晴れて亡くなったのです。
밀어서 떨어뜨린다, 구출한다, 구명 조치를 한다, 옮긴다.
모든 것을 통제하에 두었으니 작업은 무척 원활하게 진행되었을 겁니다.
이렇게 용의주도하게 준비한 끝에 리자쿠라 씨는 공공연하게 사망한 것입니다.
일본어는 원서에 기재된 문구고, 아래 한글 번역은 정발 본의 것이다. 아쉽게도 정발 본은 이 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지만(물론 『2』를 읽어야 알 수 있는 복선이고, 읽었다 하더라도 이런 복선을 찾아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원문에서는 다소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복선을 남겼다. 붉게 표시한 부분을 직역하자면 '무수히 많고 치밀한 준비 끝에'라고 번역할 수 있다. 数多는 무수히 많다로 번역될 수 있는데, 사실 이 문구는 『2』의 주인공인 아마타 카즈히토의 성과 같다. 즉 다르게 번역하면 '아마타의 치밀한 준비 끝에'라고도 번역되는 것이다. 극중 마지막 '검은 마법사'가 아마타 카즈히토=후타미 아이이치로 드러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전 작품에 남겨놓은 복선뿐만 아니라, 『2』내에서도 굉장히 많은 복선과 함정이 숨겨져 있다.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역시 미시마 이루와 사이하라 모하야의 관계. 나는 처음 미시마 이루를 보자마자 이 캐릭터는 사이하라 모하야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그렇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발상을 깨부수는 것이 바로 '미시마 이루'와 '시아하라 모하야'를 동시에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 둘을 동시에 등장시키면 사람들은 당연히 두 캐릭터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나도 그 가설을 포기했지만, 끝부분에서 이 둘은 같은 인물이라고 나온다. <죽지 않는 소녀 살인사건>의 트릭을 이용해서.
사이하라 씨의 눈동자가 나를 봤다.
"사랑이란 사람과 관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욕구입니다."
사이하라 씨의 눈동자가 나를 봤다.
"그리고 창작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죠."
사이하라 씨의 눈동자가 다가왔다.
"그러니까 저희는 만들지 않을 수 없는 거예요."
사이하라 씨의 눈동자가.
"사람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이죠."
사이하라 씨의 입술이 닿았다.
만약 카메라가 돌고 있었다면.
지금의 컷도 그 명화의 마지막 장면에 넣을 수 있을까?
어른이 된 토토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또한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인 아마타 카즈히토와 사이하라 모하야의 키스신도 일종의 복선이다. 아마타 카즈히토가 '후타미 아이이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씬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물론 아마타 카즈히토여도 아예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뜬금없는 장면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이것 역시 노자키 마도가 숨겨놓은 복선일 것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정말 다시 읽으면 다시 읽을수록 파헤쳐낼 것이 많다.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작가다. 노자키 마도는. 이것 이외에도 나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탈리 = 사이하라 모하야 역시 성립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은근히 제시하는 문장 역시 존재한다.
초, 중반 부분의 츳코미-보케로 이어지는 일종의 일상(?) 파트도 몹시 즐거웠다. 사실 노자키 마도는 이런 반전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러브 코미디를 써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건 <소설가를 만드는 법>과 『2』가 증명한다. 초-중반 부분은 이런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즐겁게 읽었고, 후반 부분은 미친듯한 반전으로 즐거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작품이란 건 의외로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역시 이 작품은 정말 가치 있는 작품이다.
이 감상문을 다 쓰고 난다면 난 바로 암리타를 읽으러 갈 것이다. 암리타부터 <2>까지 정주행을 하는 것으로 올 연말을 보내지 않을까. 아마 다른 독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작품을 소개해준 사람과, 이 작품을 내가 즐길 수 있게 노력해준 작가 노자키 마도를 포함한 모두에게 감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노자키 마도의 다음 작품이 너무나도 기대되어 참을 수가 없다.
"이 영화로."
사이하라 씨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전하고 싶네요."
"사랑한다……."
사람을, 사랑한다.
그건 이 사람과 처음 만났을 때 들은 말이다.
그리고 여자 친구도 아이도 없는 나에게는
아직 한 단면조차도 제대로 잡지 못한, 거대하고도 먼 말이었다.
"사랑……."
나는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속삭였다.
"사랑이란 건…… 뭐죠?"
"사랑이라는 것은 사람과 관계를 갖고 싶다는 욕구입니다."
"욕구?"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다른 사람이 나에게 뭔가를 해줬으면 하는 것.
사람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사람을 바꾸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변화당하고 싶은 것과
다른 사람에게 변화당하고 싶지 않은 것. 그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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