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캐 토모자키군(弱キャラ友崎くん)
현실에선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약한 인간이, 누군가와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이런 플롯을 흔히 '청춘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사실 독자들이 라이트 노벨에 기대하는 내용을 생각한다면, 청춘 소설은 라이트 노벨에 적합한 테마는 아니다. 필연적으로 이야기가 무거워지기 쉽고, 독자에게 '가르친다'라는 느낌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청춘 라이트 노벨'들은 여러 가지 변화를 준다. 캐릭터를 일반적인 라이트 노벨의 느낌에 맞게 가볍게 가져가거나, 혹은 무거운 내용은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가벼운 터치로 성장을 그려낸다거나.
하지만 이런 변화는 '청춘 소설'이 가지는 고유한 맛을 빼앗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이라는 테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늘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 청춘 소설을, 라이트 노벨이라는 포맷에 맞게 최적화한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 해답이 바로 이 작품, 약캐 토모자키군이다.
이 작품의 플롯은 매우 단순하다. 유명한 게임 <어택 패밀리즈> 랭킹 1위이자 최고의 게이머를 자부하는 주인공 토모자키 후미야와, 같은 게임의 랭킹 2위인 히나미 아오이가 만나 인생은 똥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그에게 '제대로 플레이해 본 적도 없으면서 단정 짓지 마라, 인생은 갓 게임이다.'라고 주장하며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내가 너에게 인생의 룰을 알려줄게.
그러니까, 이 '인생'이라고 하는 게임을 진심으로 마주 봐!
그렇게 형편없는 스테이터스를 가진 '약 캐릭터' 토모자키를 학교 최고의 리얼충 '강 캐릭터' 히나미 아오이가 프로듀스하여 인생에서 강해지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플롯 자체는 다른 청춘 소설이나 라이트 노벨과 흡사하다. 특히나 라이트 노벨에서 꽤 자주 보이는 '오타쿠'와 '리얼충'이 만나 오타쿠가 성장해나간다는 플롯과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이런 류의 많은 라이트 노벨에서는 그 성장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게 바로 이 작품과 다른 작품 간의 결정적인 차이다. <약캐 토모자키군>은 그 성장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호감 받는 '표정'을 만들기 위한 수련 방법을 소개하거나, 이야기 화제를 어떻게 습득하는가, 다른 사람이 볼 때 어떤 자세가 좋은 인상을 주기 쉬운지,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나가야 하는지. 이렇게 세세한 목표들을 구체적인 수련 방법을 수행하게 하는 것으로 천천히 토모자키군을 개조시켜 나간다. 일본 아마존의 독자 서평을 보면 '읽는 동안 나도 리얼충이 되어버릴 것 같다'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 표현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실용 서적으로 활용도 가능할 정도인데, 실제로 일본 여성 웹진에서 이 작품을 인용하여 남자친구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렇게 성장해 나가는 장면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독자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들며, 동시에 '히나미 아오이'의 말에 독자가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변주하며 '청춘 소설'의 묘미와 '라이트 노벨'의 묘미를 동시에 잡고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작품이 '청춘 라이트 노벨' 중에서도 특별할 수 있는 원인이다.
인생은 전투에서 이겼을 때가 아니라, 졌을 때 경험치가 들어와.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관계'인데, 이 작품의 인간관계는 꽤 리얼하다. 캐릭터 조형 자체가 반칙에 가까운 '히나미 아오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캐릭터가 근처에 있는 아무 학교에 가도 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보여주는 관계 역시 현실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데, 거기에서 나오는 현장감, 거리감이 정말 굉장하다. 동시에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 역시 그 나이 또래의 학생들이 할법한 고민들이라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도 좋은 점이다.
거기에 마냥 현실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는 적절히 소설적 과장을 섞어서 극을 재미있게 이끌어나가는 작가의 역량도 돋보인다.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있을 법한 이야기에 MSG를 치는 것'이라고 믿는 내게 있어서 이 작가의 컨트롤 능력은 정말 놀라울 따름.
이야기의 템포 역시 굉장히 좋은데, 소재의 특성상 늘여 쓰기가 굉장히 쉬움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굉장히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3권에서는 전체 이야기에서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찔러서 놀라운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어느 의미, 이 작품은 3권에서 새로 시작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신인다운 패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신인답지 않게 과감하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굉장히 놀라운 지점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괴롭지만,
아마 여기서 그만두게 된다면 좀 더 괴로울 거야.
굉장히 즐겁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일본 현지 내에서도 권수를 거듭할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으며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같은 청춘 소설이자 같은 출판사, 가가가 문고의 대표작인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잘못됐다'가 완결을 눈앞에 둔지라 가가가 문고의 새로운 구세주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현재 발간된 3권까지 보여준 퍼포먼스도 놀랍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는 작품.
땀을 흘리며 자신을 연마하는 둘의 모습은,
청춘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무언가로 빛나고 있었다.
――이건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뭐랄까, 다들 꽤 '인생'을 노력하고 있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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