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이 진 후에 피어난 꽃(命の後で咲いた花)
간만에 만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였다. 오래 전부터 좋은 평을 들어왔지만, 기회가 없어 읽지 못했던 이야기인데 오늘 킨들버전이 발매된 기념으로 읽게 되었다. 2013년에 발간된 소설인데, 5년에 가까운 시간을 넘어 킨들로 나와준 것에 몹시 감사하게 되는 하루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좋은 작품을 읽지 못했을테니까. 마음의 별 다섯개를 아낌 없이 내어줄 수 있는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다. 이 작품은 내게 있어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오늘의 데이트 플랜을 가다듬은 것은 바로 그녀다.
수동적인 나는 언제나 그저 따라가기만 할 뿐인데 그녀는 언제나 즐거운 듯이 웃어준다.
일상의 틈에 흘러 넘친 작은 행복을 주워 모아서.
보석이라도 찾은 것 마냥 양손을 내밀며,
이렇게나 세계는 아름답다고 미소 짓는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이야기는 교사였던 언니를 동경한 한 소녀가 교육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녀는 그곳에서 과묵하고 입이 험하지만 실은 다정한 연상의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끌리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좋아하는 남자를 돌아보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나의 모습이, 그리고 그런 하루나에게 언제나 무뚝뚝하고 험한 말을 하지만 다정한 하야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진다. 1부는 이런 이야기를 하루나의 시점에서 풀어나가는데, 사실 이것만으로도 벌써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이야기였다. 이런 따뜻한 로맨스는 의외로 서브컬쳐판에서 만나기 힘든 이야기였기 때문에. 그러나 이 작품의 진가는 하야미 시점으로 넘어가는 2부부터 시작된다.
제목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눈치채듯, 이 작품은 시한부 인생을 다룬 작품이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소재는 생각보다 다루기 어려운 소재다. 캐릭터 설정이나 플롯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독자는 그들의 이야기에 녹아들기보다는 뻔한 신파극으로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잘 사용한다면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멋진 소재지만, 실패하기도 쉬운 소재라는 것.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소재를 정말 퍼펙트하게 소화해낸다.
두 사람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를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상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 속에서는 때로는 고민하고, 때로는 울고, 웃으며. 서로의 행복만을 생각하며 함께 하루 하루를 이어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멋진 메시지는 없지만, 단지 읽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런 메시지가 없기 때문에야말로 더욱 이 작품이 사랑스러웠던걸지도 모르지만.
"얼마 전에 말이에요, 미도리바 선생님이 가르쳐 줬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네. 토우야씨는 뭔지 알아요?"
그런 물음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공통된 답안이 존재할까.
"……아니, 상상할 수도 없어."
"이름이에요. 좋아하는 사람이 불러 주는 자신의 이름."
또한 놀라운 점은 이 작품이 단순한 시한부 로맨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놉시스에서 작가가 직접 밝히고 있는 이 작품의 장르는 연애 미스테리다. 사실 읽고 있으면 이 작품에 미스테리적 요소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후반부 어느 한 장면에서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전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인데, 멋진 반전은 이야기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나가며 나쁜 반전은 이야기를 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보여준 반전은 그 둘 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이야기에 큰 변화는 주지 않지만, 독자에게 행복한 배신을 안겨주는 반전. 이런 반전은 정말 처음 봤다. 속이려고 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속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모든 트릭을 깨닫게 되는 구조. 최근 본 이야기의 반전 중 가장 마음에 든 반전이었다. 로맨스 요소도 완벽한데 여기에 그 요소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아니 더 멋지게 만들면서 반전 요소를 넣다니 그야말로 최고였다.
어리석은 나는 전혀 깨닫지 못했지만, 일상에는 이렇게나 기쁨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떠올려보면 그녀는 언제나 작은 행복을 찾아내는 천재였다.
내게 있어선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문장도, 캐릭터도, 플롯도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마음에 쏙 들었던 작품이다. 연애 소설로써도, 미스테리 소설로써도 마음에 쏙 들었던, 정말 퍼펙트한 작품.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하루나가 교사가 되려는 이유가 나와 완전히 부합했기 때문에 더더욱 인상적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같은 꿈을 그린 사람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특히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하루나의 뜻을 이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마음을 다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은 언제나 아쉬운 일이다. 이 작품을 읽고 느낀 감정을 글로 온전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정도로 내겐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하나 아쉬운 것은 국내에 정식발매가 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5년 뒤에 전자책으로 발간된 것 처럼 언젠가 국내에도 이 작품이 소개되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
사랑은 준 만큼,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걸 지금 깨달았다.
행복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네가 있어 주었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평 > 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 노자키 연작의 그 종극 (0) | 2022.04.09 |
---|---|
약캐 토모자키군 - 청춘 라이트 노벨의 새로운 대표작 (0) | 2022.04.09 |
사쿠라다 리셋 - 상냥한 이야기 (0) | 2022.04.09 |
용왕이 하는 일! -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성장 드라마 (0) | 2022.04.09 |
3일간의 행복 -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 (0) | 2022.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