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다 리셋 (サクラダリセット)
'상냥함'이라는 테마는 서브컬쳐에서 오랜 기간동안 사랑해온 테마이자 내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테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감정이 흐른다. 기쁨, 슬픔, 원망, 분노, 사랑, 감사….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기반으로 사람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발전시켜 나가는 법이다. 그 중에서도 이 관계를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 상냥함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날 비를 맞는 사람이 있다면 우산을 씌워줍시다.
길 잃은 강아지가 있다면 같이 엄마를 찾아주고.
배고픈 고양이에게는 우유를 주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차림으로 선물을 나눠주는 것도 좋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누군가와 같이 웃을 수 있는 일만 해나갑시다.
<사쿠라다 리셋>은 바로 이 상냥함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는 주연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지닌 소년, 아사이 케이는 광기라고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선'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세계를 3일만 되감을 수 있는 소녀, 하루키 미소라는 너무나도 다정한 나머지 감정을 잃어버린 소녀다. 그런 그들이 어느 한 사건을 겪고 나서 '봉사 클럽'에 소속되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며 상냥함과 사랑에 대해 깨닫는 과정을 너무나도 올곧게 그려낸 작품이다.
바로 이 점이 사쿠라다 리셋의 가장 멋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며 여러번 고뇌하고, 노력하고 생각하며 분투한 끝에 가까스로 다다른 하나의 정답. 그 상냥한 이야기가 나는 몹시 좋았다.
첫 권을 막 덮었을 때, 투명한 문장과 이야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큰 한 방만 있다면 정말 훌륭한 작품이 될 거라고 중얼거렸었는데,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내게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었다. 때로는 그 큰 한 방이 없더라도, 아니 없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버렸으니. 여러모로 굉장히 놀라운 작품이다.
"봐, 역시 너는 울고 있어."
가슴 속에 있는 눈물을 마법처럼 지울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흐르는 눈물이라면 닦을 수도 있다.
만화 「바쿠만」에는 작가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 결과물이 뛰어난 천재형 작가와 모든 것을 계산하고 그대로 재현해서 결과물이 뛰어난 계산형 작가로. 이 작품의 저자 코노 유타카는 후자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후자에 속하는 작가를 여럿 보아왔지만, 코노 유타카는 그 중에서도 궤를 달리할 만큼 뛰어난 작가다. 그 사실을 이 작품 하나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이다.
나는 감상을 쓸 때 적당한 량의 과장을 섞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작품을 이야기 하는데 조미료를 치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심심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이러한 과장조차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이야기 하겠다. 이 작품에서 필요한 부분은 단 한 문장도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매우 치밀하게 구성된 작품이다. 이 부분 또한 이 작품의 사랑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사쿠라다 리셋은 기본적으로 한 권당 하나의 에피소드가 들어가있다. 그 에피소드들은 각자 다른 주제를 담고 있고,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저마다의 감동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에피소드들은 단 한줄기의 이야기의 피스이기도 하다. 언뜻 보기에는 전혀 다른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종국에는 이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구성을 갖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전율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구성이기 때문에 이 작품은 쉴 틈이 없다. 1권부터 완결권인 7권까지 쉬지 않고 달려 나간다. 외전집인 4권조차 이야기에 꼭 필요한 부분이니 더더욱. 이는 이 작품의 인력이 정말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읽기 시작했다면, 중간에 덮고 싶지가 않게 되는 그런 마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완벽에 가깝게 조율이 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는 동안 기분은 매우 상쾌하다. 막히지 않고, 아쉽지 않다. 특히나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이랬더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작품에 한해서는 그것 조차 없었다. 이 이야기 이외의 다른 가능성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잘 짜여진, 그런 훌륭한 이야기였다.
하루키 미소라처럼 순수하지는 않다.
그러나 혼돈을 알면서 그래도 순수한 바람을 잊을 수가 없는 그가 가장 아름답다고 소마는 생각했다.
아사이 케이가 완전한 선은 아니다.
그러나 악의를 알면서 그래도 선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강한 선이라고 소마는 생각한다.
캐릭터 역시 이 작품의 멋진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아름다운 선을 지향하는 소년과, 그런 소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소녀와 그를 위해 감정을 찾아가는 소녀. 설명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그런 매력적인 아이들이다. 여기에 인상적인 것은 주연들 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정말 매력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조연들이 자아내는 각 권의 에피소드들 역시 자연스레 인상적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인상적인 조연은 2권의 '이름 없는 시스템'과 '폴라로이드 할아버지'. 동화로 이어진 그들답게 그들의 이야기 역시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느낌을 주는 너무나도 멋진 이야기이고 캐릭터였다. 거기에 '파랑새'를 모티브로 한 '미치르'와 '치르치르' 역시 굉장히 사랑스러운 캐릭터.
그리고 캐릭터의 선악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각자 저마다의 정의와 저마다의 선을 좇아 대립한다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특히나 시리즈 최종권의 대립 구도는 어느 누구도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정의와 정의의 대립이었다는 점이 특히나 좋았다.
"지금."
미나미는 하루키의 입가를 가리켰다.
"웃고 있어."
"이 표정을 지으면 되는 거야?"
"음─, 좀 더 행복을 두 큰술 정도."
"나는 행복의 계량법을 모르겠어."
정말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세상에는 읽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는 작품이 여럿 존재한다. 이 작품은 내겐 그런 작품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구성, 사랑스러운 테마, 투명한 문장,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 더할 것도 없이, 뺄 것도 없이, 바꿀 것도 없이 내겐 완전에 가까운 그런 멋진 작품. 이런 작품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고 간절히 생각하게 된다.
슬픈 일이 많은 이 세상에는 몇 가지의 구원도 있다.
마치 실재하지 않는 낙원 같은, 거짓말 같은 행복한 규칙으로 가득한,
따뜻한 장소도 남몰래 마련되어 있다.
─나는 계속 찾고 있었던 거야.
구원하는 것도, 구원받는 것도 그리 다르지 않다.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행복해지는 것도 대개 동시에 일어난다.
분명 히어로는 누군가를 구할 때 자기 자신도 구원받는다.
그런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생일 선물이라도, 아침 인사라도, 악수라도.
상대방이 웃으면 그걸로 충족된다.
─믿고 있는 거다.
그런 행복만이 계속 늘어나는, 마치 거짓말 같은, 반칙 같은 장소가 이 세상에는 실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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